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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에이트 쇼>-악한 사회구조 속의 인간상

by 두렙돈 2025. 6. 24.

각자의 계층 안에 각기 다른 옷차림의 참가자 8명이 각자의 상태와 표정으로 서 있다.

 

 

《더 에이트 쇼》는 2024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드라마 시리즈로,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배진수 작가)을 원작으로 한 심리 서스펜스 사회극입니다.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물, 단순한 규칙이라는 밀실 구조 속에서 극단적 자본주의 실험을 시도하며, “구조가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사회 풍자와 인간 심리 묘사에 능한 한재림 감독. 《더 킹》, 《관상》 등을 연출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얼굴 없는 권력’과 ‘인간 내면의 무너짐’을 통렬히 묘사했습니다.

1. 악한 구조에 사람들이 변해가다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8명의 인물이 정체불명의 공간에 초대됩니다. 이들은 각각 한 층씩 배정되어, 총 8층짜리 건물에 갇히게 됩니다. 게임의 규칙은 단 하나: “모두가 함께 있을수록, 시간당 돈이 쌓인다.” 단, 퇴장을 원하면 전원 동의가 필요하고, 생필품은 살 수 있지만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쌈, 정보는 비대칭적으로 흘러가며, 누가 이 게임을 운영하는지 모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과 정보는 위층에 쌓이고, 아래층은 굶주림과 심리적 고립에 시달립니다. 처음에는 협력하던 참가자들은 점차 분열, 조작, 배신, 폭력으로 나아가고, 결국 이 게임은 단순한 서바이벌이 아닌 자본주의 구조 속 인간 본성의 붕괴 실험으로 전환됩니다.

2. 계층을 대표하다 - 주인공들 인물 소개

1층 – 신상국 (배성우)
가장 절박한 인물. 딸의 치료비를 위해 참가했으며, 초반엔 온화하지만 점점 광기와 절망 속에서 돌변하게 됩니다.

2층 – 천자 (이주영)
현실적이면서도 정의로운 인물.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며, 끝까지 공동체를 지키려 하지만 혼자만으론 무력함을 느낍니다.

3층 – 배진수 (류준열)
게임의 관찰자이자, 중립자. 빚에 몰려 들어왔지만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관객의 시선에 가장 가까운 인물입니다.

8층 – 송세라 (천우희)
가장 위층에 위치한 퍼포먼스 아티스트 출신. 냉정하고 통제적이며, 참가자들의 감정과 행동을 마치 작품처럼 연출하고 감상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성격과 계급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심리 변화와 갈등이 이야기의 핵심 축을 이룹니다.

3. 자본주의적 맥락으로 본 층별 특징

8층 - 독점, 감시자/조정자 : 지배계층

상위 권력자로서 공감이 결핍되어 있고, 독점적인 정보와 권력으로 조종자가 됩니다.

7층 - 지식인, 창작계층, 상위 전문 계층
불안정한 청년 지식층로서 합리적 중재자 역할을 하지만, 실천력 결여되어 있습니다.

4~6층 - 불안정한 자립 계층
중간 계층으로 불안정한 자영업·생존 중심입니다. 이익 vs 윤리 사이에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2~3층 - 실제 노동으로 시스템을 지탱
저소득 노동자로 윤리적 고뇌와 협력 의지가 있지만, 생존을 위해 도덕 포기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1층 - 사회 최저 기반 생존자
빈곤층으로 절박함, 생존 본능에 갇혀 있습니다. 시스템에 휘말려 자멸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4. <에이트 쇼>에서 인상 깊은 장면

문정(5층)의 선택 – 정서적 공감이 부메랑이 될 때

문정은 게임 초반부터 다른 사람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며, 물품을 나눠주거나 심리적으로 위로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1층의 신상국이 딸 때문에 고통스러워할 때, 엄마처럼 위로해 주며 정서적 지지를 보냅니다. 그런데 중반 이후부터 문제 발생합니다. 자원을 나누다 보니 자신이 굶주리게 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너무 이입하면서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문정은 현실 인식을 잃고, 극단적인 착각과 망상 상태에 빠져 게임의 리듬을 깨뜨리는 위협 요소가 되어버립니다.

 

천자(2층)의 정의 – 공동체를 위해 싸운 대가

천자는 게임 전반에 걸쳐 가장 윤리적이고 공동체 중심적인 인물입니다. 정보를 공유하고, 물자를 나누며, ‘우리 모두가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누군가 이기적으로 나오면, 그녀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공격 대상이 됩니다. 6층 태석처럼 힘으로 밀어붙이는 인물과 충돌하면서 점점 고립됩니다.

 

신상국(1층)의 변질 – 착한 아버지의 붕괴

신상국은 딸을 위해 참가한 순수한 아버지로 시작합니다. 초반엔 누구보다 협조적이고 정직하게 행동하며,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생필품이 위층에 독점되자, 아래층에선 굶주림과 배제의 공포가 커지고 신상국은 점차 협력에서 분노로, 신뢰에서 폭력으로 바뀌게 됩니다. 결국 그는 타인을 강제로 가두거나, 물자와 정보를 조작하며 가장 극단적인 폭력자 중 하나로 변질됩니다.

5. 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착하면 안 된다?

결론적으로 ‘착함’은 구조가 보상하지 않으면 무너진다. 착한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구조가 그 착함을 보상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공동체가 정직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타인을 도운 사람이 더 많은 신뢰와 자원을 얻고, 협력이 경쟁보다 오래가야 착한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됩니다.

《더 에이트 쇼》는 그 반대 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 협력자는 파괴되고, 이기적인 자가 생존하며, 중립자는 침묵의 공범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당신이 도덕적인 이유로 손해를 본다면, 당신은 계속 착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습니까?”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아마도 “착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으려면, 그 착함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설계된 세상이 먼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