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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일런스 Silence > 리뷰

by 두렙돈 2025. 5. 22.

 

영화 <사일런스(Silence)>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30년간 준비해온 역작입니다.  일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엔도 슈사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17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가톨릭 선교사들의 고뇌와 신념을 강하게 그려냅니다. 선교사 로드리게스가 겪는 내면의 고뇌는, 목회 현장에서 고통받는 성도들을 바라보며 “주님, 왜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까?”라 묻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1. 주인공에 대한 내용 - 신앙을 지켜야 합니까? 성도를 지켜야 합니까?

17세기 일본. 가톨릭 박해가 극심한 시대. 포르투갈 출신 예수회 선교사 로드리게스와 가르페는 자신들의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 땅을 밟습니다. 로드리게스는 뜨거운 열정과 신념을 가진 이상주의자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처럼 고난 속에서도 진리를 전하고 순교하겠다는 각오로 일본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가 처한 현실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결국 그는 "신앙 고백을 지킬 것인가, 고통받는 자들을 위해 침묵할 것인가" 라는 믿음과 사랑 사이의 갈등을 겪으며, 진정한 신앙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2. 영화 줄거리 - 신의 침묵 앞에 고뇌하는 선교사

일본 당국은 로드리게스 같은 서양 선교사들을 잡으려 했지만, 그들이 잘 숨어 있었기 때문에 직접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본 당국은 방법을 바꿉니다.

“신부가 직접 고통받지 않는다면, 신부를 숨겨준 일본 신자들을 고문해서 신부가 자진해서 배교하도록 만들자.”

즉, 신부를 잡기 위한 미끼로, 무고한 신자들을 희생시킨 것입니다. 신앙을 지키려는 일본인 신자들은 고문과 처형을 당하고, 선교사 자신들이 믿음을 전하는 동안 평신도들이 대신 고통받습니다. 로드리게스는 일본 당국에 붙잡혀 배교를 거부한 채 감금되었고, 그가 배교하지 않으면, 자신 때문에 붙잡힌 일본 신자들이 고문과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상황을 직면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하나님의 부재(침묵)를 깊이 체험하게 됩니다. 자신의 사명은 타인의 고통을 부추긴 것일지도 모른다는 죄책감과 회의에 빠집니다.

3. 인상적인 장면

배교의 순간
그에게 선택의 기로가 주어집니다. 십자가 형상이 새겨진 판을 발로 밟으면(=형식적 배교), 일본 신자들이 살 수 있고, 밟지 않으면 그들은 고통 속에 죽어갑니다. 이때 그는 신의 음성 없이 침묵만이 흐르는 것 같았던 삶 속에서, 처음으로 하나님의 내적 음성을 듣습니다.

“밟아라. 나는 네가 밟는 그 순간에도 너와 함께 있다.”
“나는 고통받고 있다. 너를 통해 말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신부가 배교를 강요받는 결정적 순간, 그가 내린 선택은 단순한 믿음의 포기가 아니라, “자기 희생을 통한 사랑”을 택한 결정입니다. 여기서 주님의 음성은 그에게 이렇게 말하는 셈입니다:
“사랑은 고백보다 위대하다.”
“나를 지키는 것이 믿음이 아니라, 내 양을 지키는 것이 진짜 믿음이다.
“십자가는 밟혀도, 내가 너 안에 살아있음을 안다.”

로드리게스는 성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겉으로는” 신앙을 포기합니다.

4. 현실에서의 믿음은 어떤 형태여야 할까?

하나님의 침묵은 하나님의 부재가 아니다
“하나님은 침묵하셨지만, 결코 떠나지 않으셨다”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상징합니다. 영화는 단순히 신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신앙이 “누군가를 위한 희생”으로 실천될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우리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보며 신앙의 말이 아니라 신앙의 책임과 사랑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로드리게스는 고통받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신앙적 고백을 “지키느냐, 포기하느냐”를 넘어서, 그들을 살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게 됩니다. 오늘날의 신앙도 “얼마나 믿느냐”보다 “어떻게 살아내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침묵은 하나님의 부재가 아니라, 더 깊은 동행의 방식일 수 있다. 

 

로드리게스의 침묵 – 더 이상 말로 신앙을 말할 수 없게 된 상태가 되었습니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로드리게스는 외적으로 신앙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더 이상 복음을 말하지 않고, 설교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기도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묵묵히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도 그는 죽는 순간까지 작은 십자가를 손에 쥐고, 성경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기억한 채, 내면으로는 깊고 은밀한 신앙을 지켜갑니다. 

 

이 영화는 “죽음으로 순교하라”는 메시지가 아닌, 사랑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목자의 태도를 고민하게 합니다. 고통받는 자를 위해 침묵 속에서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이 진짜 신앙임을 선택했습니다. 그의 배교는 신앙의 포기가 아니라, 신앙의 가장 깊은 실천이었습니다.